신의 영역 넘보는 합성 인간 배아 연구

홍익대학교 바이오헬스 혁신융합대학사업단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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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아일랜드’는 병들거나 사고를 당했을 때 신체를 바꾸려 만들어 낸 복제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처럼 사이언스픽션(SF) 영화나 소설의 단골 소재였던 복제인간이 진짜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미국과 영국의 연구팀이 정자와 난자 없이 줄기세포만으로 인간의 합성 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만 과학이 ‘신의 영역’에까지 손을 뻗은 것을 두고, 법적·윤리적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CNN방송과 영국 가디언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막달레나 제르니카-괴츠 교수 연구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ISSCR) 연례 회의에서 이 같은 ‘인간 합성 배아’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제르니카-괴츠 교수는 “우리는 (배아 줄기)세포의 재프로그래밍으로 인간 배아와 유사한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아직 공식 발표되진 않았으나 학술지 게재 승인 절차는 끝마쳤다.


인간 합성 배아의 배양 성공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는 지난해 8월 과학저널 ‘셀’을 통해 줄기세포로 쥐의 인공 배아를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곧이어 제르니카-괴츠 연구팀도 생쥐 인공 배아를 뇌와 장기 발달 생성 단계까지 발달시켰다는 연구 논문을 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이후 전 세계 연구팀이 이를 인간 모델에 적용하려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인간 배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당장 만들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현실이 된 셈이다.


물론 복제인간이 이른 시일 내에 탄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제르니카-괴츠 교수는 “인간 합성 배아가 3개 조직층으로 발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인간 배아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이어 “연구 목표는 생명 창조가 아니라 생명을 잃는 걸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적 장애와 유산의 생물학적 원인을 찾는 계기가 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뜻이다. 인간 배아 수정 후 14일을 넘겨 배양하거나 연구해선 안 된다는 규칙 때문에, 그 이후의 발달은 ‘블랙박스’로 불린다.


그렇다 해도 인간 배아가 14일 후 태아로 자라는 단계를 들여다보는 데엔 도움이 될 전망이다. 쥐 배아를 통해 임신 기간의 절반 시점쯤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관찰한 선행 연구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시험관 바깥에서 인간을 키워 내는 건 힘들다. 합성 인간 배아의 자궁 이식은 현재 불법인 데다 생쥐와 원숭이도 이식 이후에 살아남지 못했다. 가디언은 “발달의 극초기 단계를 넘어 생물체로 계속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윤리적 논쟁’도 불가피하다. CNN은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는 줄기세포에서 유래된 합성 배아의 생성 또는 처리에 적용되는 법률이 없다”고 짚었다. 또 과학이 생명의 경계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만큼 윤리적 차원의 규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영국 생리의학연구소인 프랜시스크릭 연구소의 제임스 브리스코 박사는 “배아의 줄기세포 유래 모델을 만들고, 이를 사용하기 위한 관련 규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출처 : 

(1)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7/0000032769

(2)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61514350000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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